시민단체가 반발한 ‘금산분리 완화’ 논란, 핵심은 무엇인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금산분리 규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이 언급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위한 자금 조달 논의 과정에서 나왔지만, 그 파급력은 단순한 산업정책을 넘어 재벌 지배구조, 금융안정, 공정경제 논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금산분리란 무엇인가

‘금산분리(金産分離)’는 말 그대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자는 원칙입니다.
쉽게 말해,

  • 산업자본(예: 삼성전자, 현대차 등)은행이나 보험사 같은 금융사를 지배해서는 안 되고,
  • 금융자본(예: 은행, 증권사 등)일반 제조업이나 유통업체를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이 제도는 재벌이 금융사를 ‘사금고’처럼 운영해 부실을 키우는 걸 막기 위한 장치로, 우리나라는 1982년 처음 도입했습니다.
이후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 방지책”으로 강조되어 왔습니다.


왜 지금 ‘완화’ 논의가 나왔나

이재명 대통령이 금산분리 완화를 언급한 배경에는 **AI 초대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가 있습니다.

  • 주체: 오픈AI, 삼성전자, SK그룹 등
  • 규모: 약 700조 원
  • 내용: 미국 전역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 반도체 공급 확대

오픈AI 측은 삼성과 SK에 매달 90만 장 규모의 웨이퍼 공급을 요청했는데, 이는 현재 생산량의 2배 이상에 달합니다.
결국 두 기업은 생산라인 증설을 위한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게 되었고, 정부는 국민성장펀드(150조 원 규모) 등을 통해 금융권 자금이 유입되는 구조를 구상했습니다.

하지만 현행 금산분리 제도 아래에서는 대기업이 금융권으로부터 직접 투자받는 데 제약이 있어, 대통령이 규제 완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입니다.


기업들은 왜 금산분리 완화를 요구하나

주요 요구 배경설명
대규모 신산업 투자 한계AI·반도체·2차전지 같은 초고비용 산업은 수백조 원 단위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산업자본이 금융사 자금을 자유롭게 활용하기 어려움
국민성장펀드 조성 제약정부가 추진 중인 150조 원 규모 펀드의 절반(약 75조 원)은 민간·금융권이 조달해야 하는데, 금산분리 원칙에 막혀 있음
벤처캐피털 투자 한도대기업이 보유한 벤처캐피털(VC)은 외부자금 40%까지만 허용되어 유연한 투자가 어려움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금산분리 제도 때문에 대기업이 정부 펀드와 금융기관 자금을 결합해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민단체의 반발 이유

시민단체들은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재벌 특혜이자 금융권 사유화 위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주요 우려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재벌의 사금고화: 대기업이 금융사를 지배하면, 금융 자금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 유지나 계열사 지원에 동원될 수 있음.
  • 금융 불안정: 대기업의 부실이 금융권으로 번질 위험이 커짐.
  • 경제력 집중: 산업자본이 금융자본까지 장악하면 경제 전반의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

시민단체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당 강령에 금산분리 원칙이 명시돼 있다”며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 비교

구분규제 수준특징
EU사실상 금산분리 없음금융과 산업자본의 상호투자 자유로움
미국은행이 산업자본을 직접 소유하는 것만 금지투자은행 중심의 대기업-금융 협력 활발
일본완화된 형태, 소프트뱅크 등 초대형 펀드 운영IT·AI 분야 공격적 투자 허용

한국은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중시하며 미국보다 훨씬 강한 금산분리 규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AI·반도체 경쟁 속에서 자본 조달 속도와 규모 면에서 한국 기업이 불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향후 논의 방향

쟁점전망
제도 완화 수준특정 산업(예: AI, 반도체 등) 한정 ‘한시적 완화’ 검토 가능성
법 개정 여부국회 논의에서 시민단체·정치권 반발로 속도 조절 예상
안정장치내부통제 장치 강화, 금융감독원 사전 승인 절차 확대 논의 중
정치적 영향민주당 내 정책 노선 갈등, 보수·진보 간 논쟁 격화 가능성

정리하자면

  • 금산분리 완화 논의는 AI·반도체 등 대규모 투자 촉진을 위한 정책적 고민에서 출발.
  • 하지만 재벌의 금융권 지배와 자금 남용 우려 때문에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이 반대.
  • 해외에서는 완화 추세지만, 한국은 여전히 재벌 중심 경제 구조의 특수성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결국 쟁점은 ‘투자 활성화 vs. 재벌 견제’의 균형입니다.
금산분리 완화가 산업 경쟁력 강화의 기회가 될지, 금융권 집중의 위험을 키울지는 앞으로의 제도 설계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