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찰의 총기 사용, 현실과 개선 방향

최근 경찰관이 흉기를 든 남성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총기를 사용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찰의 총기 사용 기준과 공권력의 한계가 논란이 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은 경찰의 정당한 판단을 지지하면서도, 우리나라 경찰의 총기 사용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과연 한국 경찰의 총기 사용 기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엄격할까? 그리고 현장에서 경찰관들이 총기 사용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까다로운 총기 사용 요건과 법적 부담

현재 경찰의 총기 사용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0조 4항에 근거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경찰관은 범인의 체포, 도주 방지, 타인의 생명 및 신체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총기 사용이 허용된다고 해서 무조건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찰관이 발포하려면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에 해당해야 하며, 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어야 한다.

경찰청의 **’경찰 물리력 사용 연속체’**에 따르면 경찰이 사용할 수 있는 물리력은 5단계로 구분된다.

  1. 순응 단계 – 경고 및 설득
  2. 소극적 저항 단계 – 손으로 밀치는 정도의 저항
  3. 적극적 저항 단계 – 경찰 지시에 불응하며 몸부림치는 수준
  4. 폭력적 공격 단계 – 경찰관에게 적극적인 물리적 공격을 가하는 경우
  5. 치명적 공격 단계 –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는 경우

경찰이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5단계인 ‘치명적 공격’ 상황뿐이다. 그리고 이 경우에도 공포탄 또는 실탄으로 경고사격을 먼저 해야 하고, 신체를 겨냥할 때도 가능하면 하반신을 맞춰야 한다는 엄격한 조건이 붙는다.

이처럼 법적으로 까다로운 요건뿐만 아니라, 경찰관이 발포를 하게 되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도 크다. 발포 후 사망자가 발생하면 경찰관 개인이 형사재판에 회부되는 경우가 많고,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받아도 민사 소송에서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발포한 경찰관이 징계를 받거나,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있어 현장에서 총기를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국 경찰의 총기 사용 빈도

이러한 현실 때문에 실제로 경찰이 총을 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8월까지 경찰의 실탄 사용 사례는 단 16건에 불과했다. 또한 2019년 8월부터 1년간 경찰이 물리력을 사용한 사례 4,382건 중에서 수갑을 사용한 경우가 95.8%를 차지했고, 권총 사용(경고사격 포함)은 14건(0.3%)에 불과했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한 총기 사용 기준

한국의 총기 사용 기준이 유독 엄격한 것일까?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상황이 특별히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 일본: 경찰관의 총기 사용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극히 제한적이다. 일본 경찰도 총기 사용 전에 여러 단계의 물리력을 먼저 사용해야 하며,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이 따를 수 있다.
  • 중국: 경찰관이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되어 있지만, 실제 사용은 드물다.
  • 독일: 경찰의 연간 총기 사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평균 10명 안팎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경찰은 총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매우 엄격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 영국: 일반 경찰관은 총기를 휴대하지 않으며, 특수 훈련을 받은 경찰만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
  • 미국: 경찰의 총기 사용이 가장 빈번한 국가로, 2022년 기준 경찰에 의해 사망한 사람이 1,096명에 달한다. 이는 미국이 총기 소지가 합법화된 나라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처럼 일본, 독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경찰의 총기 사용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다만,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경찰관이 발포 후 정당방위가 인정되면 민사 책임까지 면제되는 경우가 많아 법적 부담이 적다는 차이가 있다.

비치명적 진압장비 확대 필요

최근 ‘묻지마 칼부림’과 같은 강력 범죄가 늘어나면서, 경찰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경찰이 총기를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비치명적(비살상) 무기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 테이저건: 한국 경찰이 가장 널리 사용하는 장비로, 전기 충격을 가해 용의자를 제압하는 방식.
  • 저위험 권총: 살상력이 일반 권총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낮은 무기. 2024년까지 29,000정을 전국 지구대·파출소에 배치할 계획.
  • 최루액 발사기, 후추 스프레이: 영국, 미국 등에서 적극 활용 중.

이와 함께 경찰의 진압 훈련 강화도 필요하다. 단순한 사격 훈련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훈련을 도입하여 경찰이 위급한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론

우리나라 경찰의 총기 사용 기준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엄격한 편이며, 경찰관들은 법적 부담과 징계 우려로 인해 총기 사용을 기피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강력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경찰관이 정당하게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 면책 기준을 완화하고, 비치명적 무기의 보급과 훈련을 강화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FAQ

Q. 우리나라 경찰은 왜 총을 잘 안 쓰나요?
A. 법적으로 발포 요건이 까다롭고, 발포 후에도 민형사상 책임과 내부 징계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Q. 해외 경찰도 총기를 잘 사용하지 않나요?
A. 일본, 독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총기 사용은 엄격히 규제됩니다. 하지만 한국은 발포 후 경찰관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소극적입니다.

Q. 경찰이 총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언제인가요?
A. 경찰청 기준상 치명적 공격(생명을 위협하는 공격)이 있을 때만 총기 사용이 허용됩니다.

Q. 경찰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법은 없나요?
A. 테이저건, 저위험 권총 같은 비치명적 무기를 확대하고, 경찰의 실전 대응 훈련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